CAD, SketchUp, Rhino에서 못 만드는 것들
— 블렌더를 시작한 이유
건축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. 도면은 잘 그린다. 공간 모델링도 어느 정도 된다. 근데 렌더링 이미지를 뽑아놓고 보면 뭔가 허전하다. 공간은 그럴듯한데, 그 안에 놓인 소파가 장난감처럼 보인다. 쿠션은 딱딱하고, 러그는 납작하고, 조명 갓은 어색하다.
캐드로는 애초에 그런 걸 만들 생각을 안 한다. 스케치업으로 시도해봤지만 모서리가 각지고, 라이노로 곡면을 잡으려 하면 공들인 시간 대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. 결국 온라인에서 에셋을 받아다 쓰는데, 내가 원하는 비율이 아니거나 퀄리티가 제각각이라 씬 안에서 겉돈다.
"그래서 블렌더를 깔았다."
건축 툴만 11년을 써온 사람이 새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건 솔직히 귀찮은 일이다. 근데 블렌더를 처음 켜서 Subdivision Surface를 적용해보는 순간, 스케치업에서 절대 안 나오던 매끈한 곡면이 나왔다. 그 한 장면으로 "아, 이게 맞겠다"는 생각이 들었다.
이 블로그에 블렌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드는 이유도 그거다. 캐드·스케치업·라이노는 이미 잘 쓰는데, 가구나 소품 모델링에서 막히는 건축 실무자들을 위한 내용이다. 예술가를 위한 블렌더 강의가 아니라, 치수 기반 설계에 익숙한 사람이 블렌더를 실무에 태우는 과정을 기록할 거다.
[블렌더 첫 화면 캡처 또는 완성된 가구 렌더링 이미지]
다음 글에서는 라이노·스케치업 쓰던 사람이 블렌더를 처음 켰을 때 느끼는 차이점부터 시작한다.
댓글 없음:
댓글 쓰기